이슈-정비해야할 규제 무엇인가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업무수행 저해 전향적으로 풀어야 해소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22/01/10 [00:00]

이슈-정비해야할 규제 무엇인가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업무수행 저해 전향적으로 풀어야 해소

이재홍 기자 | 입력 : 2022/01/10 [00:00]

▲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은 지난해 11월 보험사 CEO, 유관기관 등과 간담회를 가지고 보험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금융위원회

 

[보험신보 이재홍·정두영 기자] 보험업계는 여전히 본업의 건실한 성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의사결정과 신속한 업무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여러 규제로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보호 및 시장질서 유지 등 절대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향적인 규제 완화, 모호한 영역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적연금 활성화

세액공제 확대 ‘소득세법’등 법안 통과 절실

 

사적연금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가파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돼 가고 있으나 노후빈곤율은 43.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국민의 노후대비를 위해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나 기금 적자 및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이며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사적연금 가입률(16.9%) 역시 OECD 평균(67.5%)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난 2014년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돼 세제 혜택은 오히려 축소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금수령과 관련해서는 퇴직연금은 수급대상자 대부분(약 98%)이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으며 연금저축의 경우 연금수령기간은 6.4년에 불과해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입법 발의돼 있는 관련 법안 개정안들이 통과되기를 원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소득 또는 연령 제한과 관계없이 연금저축계좌는 연 600만원 한도, 퇴직연금계좌를 합산할 경우 연 9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50세 이상 거주자에게만 오는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던 근거 규정도 삭제됐다.

 

박준범 한국은퇴연금아카데미 대표는 “법안 개정을 통해 세제혜택을 늘리는 만큼 상품 공급의 측면에서 판매채널인 설계사의 모집수수료체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며 “현재 수준의 모집수수료라면 아무리 세제혜택을 늘려도 상품 판매를 활성화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모집수수료를 높이는 것이 불완전판매를 이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규제강도를 높여 불량 설계사를 퇴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로 대체하면 된다”며 “모집수수료는 현실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건보공단 불승인 이유 의료계 반대가 영향”

 

보험사들은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허용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 사용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으로 도출된 결과가 국민 이익을 침해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게 하려면 연구계획에 따른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게 건보공단의 논리다.

 

학계나 공공연구소 연구진과의 협업 연구를 하거나 전문 학술지 등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이같은 지적을 수용하고 데이터 사용 신청에 재도전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건보공단의 결정이 이해안된다는 입장이다. 불승인의 이유에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도수치료 등 평소 갈등이 컸던 의료계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의료계, 시민단체,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영향이 포함됐다”며 “그동안 보험사들도 건보공단의 입장에 소명과 해명을 해왔는데 연구기관의 검증까지 거쳐야 하는 심사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는 헬스케어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다”며 “결국 건보공단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맞추던지 데이터 활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

시스템 구축등 고비용 발생시키는 문제 해결

 

소액단기보험업은 당초 기대와 달리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와 관련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본금 요건을 완화, 신규 사업자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했다.

 

이어 8월에는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수요조사에 참여한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에 착수하며 연말 신규 보험사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후 금융당국에 설립허가를 신청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자본금은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됐지만 갖춰야 하는 인적·물적시설에 대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보다도 진입 후 운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취급할 수 있는 보험종목이 제한적이며 보험기간은 1년, 보험금 상한액 5000만원, 연간 수입보험료도 500억원을 넘을 수 없다.

 

사실상 약간의 자본금 감소만 있을 뿐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규제 완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20년 기준 110개의 소액단기보험사가 운영 중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9.6%의 수입보험료, 8.5%의 보유계약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자본금 요건 등 진입 관련 규제만이 아니라 보험상품 심사, 외부 감사, 지급여력규제, 계약자보호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연간 수보료 및 보종 제한에도 종합보험사와 동일한 신지급여력제도를 적용하도록 해 시스템 구축 및 관리 등에서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상환자 과잉진료 해결

상해위험없는 환자 판단 과학적 기준 필요

 

자동차보험 경미사고 환자의 과잉진료 문제는 어제오늘 대두된 내용이 아니다. 오래됐지만 그만큼 해결하지 못한 기간도 길었다는 의미로 손해보험업계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경상환자 관련 자보 대인Ⅱ 치료비 지급 때 본인의 과실비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4주 이상 장기치료 시에는 진단서 제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새롭게 도입될 제도 또한 세부 시행방안이 부재한 상황이고 궁극적으로는 상해 위험이 없는 경상환자를 판단하는 객관적·과학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는 본인 과실비율을 적용받는 경상환자의 기준을 치료비(50만원~120만원 초과)로 두고 있는 점이 기인했다. 50만원 미만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실질적으로 상해를 수반할 수준이 아닌 것도 많다.

 

그러나 과실책임제에는 빠져 있어 오히려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상해 발생 가능성 예측 목적으로 활용되던 마디모 프로그램의 고도화 및 효력 인정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검증을 거쳐 마련된 프로세스인데도 현재는 의사의 진단서는 물론 개인의 주관적 통증 호소보다도 뒷전인 실정이라는 것이다.

 


 

▨복지부의 보수적인 지침

비의료행위 허용범위 확대·명확한 해석 시급

 

보건복지부의 과도한 규제도 올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로 꼽힌다.

 

보험업계는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의료 관련 법령을 주관하는 복지부의 보수적인 지침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특히, 비의료행위에 대한 허용 범위 확대와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9년 5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뒤 한 차례도 개선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보험업권 헬스케어 TF를 운영하며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및 선불전자지급업무 등을 허용했지만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의학적 전문지식 기반 ▲진단·처방·처치 수반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 중 한 가지라도 충족되면 의료행위라고 보고 있다.

 

업계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수준 높은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학적 전문지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불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 걱정이다.

 

명확한 유권해석도 미흡해 결국 걸음수 기반 보험료 할인 등 기초적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막대한 초기투자비 필요 구조

투자부담 완화 논의 진전없어

 

보험사의 요양서비스사업 활성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험사 중 요양서비스사업을 진출한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해 5월 문을 연 KB 서초빌리지의 경우 대기자가 정원의 4~5배나 몰렸고 위례빌리지는 오픈 1년 만에 대기자가 1300여명이 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그러나 다른 보험사들은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시설 소유자와 경영자가 동일해야 한다.

 

수요가 많은 대도시나 수도권에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건축할 자금이 있어야 요양시설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요양시설 수요가 큰 대도시 공급을 늘리려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구조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는 지난해 7월 ‘보험사 요양 서비스 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는 요양시설 운영시 토지·건물을 소유하도록 한 규제를 개선해 보험사 등 민간의 초기 투자부담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기업과 지자체가 연계해 폐교를 활용한 요양시설 공급을 늘리거나 기존 보험상품과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험사의 투자촉진을 위해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시 요양시설의 투자위험계수 인하), 보험사의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의 신용공여규제 완화 등의 건의도 있었다.

 

이성찬 생명보험협회 미래전략부 팀장은 “간담회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결국 규제를 개선해야 할 부분이 중요한 문제라 금융위원회나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그러나 간담회 이후 이렇다 할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정두영 기자 jdy089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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