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지속성장 선행요소 ‘규제개혁’

‘타 금융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달라’ 온라인산업 규제의 저울추 맞춰야 마땅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0/12/21 [00:00]

창간 34주년 특집-지속성장 선행요소 ‘규제개혁’

‘타 금융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달라’ 온라인산업 규제의 저울추 맞춰야 마땅

이재호 기자 | 입력 : 2020/12/21 [00:00]

▲ 금융위원회는 최근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개최하고 보험업을 비롯한 각 금융업권의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업권간 규제의 균형을 맞추기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규제개혁

 

[보험신보 이재호 기자]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수많은 규제에 묶여 있다. 

 

개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한다면 가장 좋지만 눈앞의 이익에 빠져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위험을 안고 있어서다. 

 

특히, 보험산업은 다른 금융산업에 비해 규제의 강도가 세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경영 안전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강도 높은 규제는 시장논리를 벗어나면서 산업주체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 국내 보험산업이 국가경제 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가 금융당국에 요구하는 규제완화의 기준은 그리 높지 않다. 은행·증권 등 타 금융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 보험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산업과 관련해 타 금융권과 규제의 저울추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산업 규제 불균형

내·외부전산망분리 예외조항 마련 당연

 

코로나19로 인해 중요도가 급상승한 비대면채널이 대표적이다. 

 

최근 모든 금융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보험사는 언제나 후발주자다. 은행과 증권 등 타 금융권은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대부분 그대로 온라인에서 취급한다. 고위험 투자상품 등 일부만 제외한다. 

 

반면 보험사는 이 채널에서 판매하기 위해 개발한 전용 상품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판매 채널별 지켜야 하는 규제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우선 전산망 구축 및 시스템 활용, 단말기 이용, 전자금융거래상 허용범위, 비대면 본인확인 방식, 전자문서를 통한 자필서명 등에 대한 법·제도적 기준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다.

 

세부적으로는 내·외부전산망분리 규정과 관련해서는 예외 조항 마련이다. 현재 보험사는 비대면을 통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슈어테크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인슈어테크업체나 계열사가 회사 내부 전산망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에서는 업무상 필수적으로 특정 외부기관과 연결해야 하는 경우 내·외부전산망분리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고 돼 있지만 금융당국이 워낙 보수적으로 적용하다보니 보험권에서 예외로 인정받는 서비스는 전무하다. 

 

보험사들이 이와 함께 금융당국에 많이 건의하는 것이 계피상이 계약에 대한 전자서명이다. 현재 다른 금융권은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때 비대면 본인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보험사는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가 다른 경우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에서도 결국 설계사가 피보험자와 수익자를 대면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힘들게 마련한 전자서명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상법과 보험업법에서 본인 확인 등에 전자서명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대면거래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자서명을 허용한 것도 2년밖에 안됐다. 은행과 증권은 보험사보다 10년이나 앞선다. 이에 따라 녹취나 휴대전화인증 등 다양한 방식을 허용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AI 활용폭 확대

보험청약과정 안내절차 AI로 대신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개발한 각종 신기술을 보험영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기술을 헬스케어서비스 등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닌 상품판매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다른 금융권에서는 AI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반해 보험권에서는 보험사기 예방, 건강증진서비스, 변액보험 펀드관리, 단순 보험업무 상담에 머물러 있어서다. 이에 따라 보험청약 과정에서 중요 안내사항을 AI로 대신하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TM채널 등에서 상품설명 때 표준상품설명대본 내용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이 과정을 AI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중요한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한편 설명 누락, 변형, 허위, 과장 표현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권익이 보호되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음성통화 방식의 완전판매모니터링(해피콜)이 의무화된 변액보험, 금리연동형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도 AI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들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채널에서도 AI를 통한 상품설명이 이뤄지면 인터넷·모바일 홈페이지나 앱 환경에서도 비교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지나친 보험상품 규제

연금과 저축성보험 사업비 이원화를

 

현재 생보사들은 연금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사업비 이원화를 요구한다. 

 

연금보험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감독규정상 저축성보험 사업비는 계약자가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시점에 원금 100%를 환급할 수 있도록 책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평균공시이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사업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종신형 연금보험까지 저축성과 동일한 사업비 규제를 받다보니 평균공시이율의 변동에 맞춰 사업비와 최저보험료를 변경해야 한다.

 

그만큼 새로운 상품 개발이 어렵다. 특히, 연금보험은 일반 저축보험과 달리 연금개시시점부터 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데 이같은 특징을 무시하고 동일한 사업비규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한다. 

 

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데 현재와 같은 고령화 시대에는 동일한 보험료 기준 지급되는 금액이 일반 저축보험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비공개에 대한 불만도 많다.

 

은행이나 증권의 경우 연금저축 등 금융사 및 금융업권간 계약과 계좌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이나 대출상품 등 단순 비교가 가능한 상품에 한해서만 사업비율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보험은 모든 상품에 대해 공개를 요구하거나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보험상품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려 하거나 온라인보험 사업비율 공시 등 그 폭이 넓다. 다른 업권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 보험사만 제외

허용안되면 핀테크업체에 종속 가능

 

업종간의 불균형을 뛰어넘어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보험사에 지급결제업무 허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언택트 문화 급속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지급결제가 보편화됨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 방안’을 발표,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과 ‘종합지급결제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은행, 증권사는 물론 핀테크업체까지 참여시켰다.

 

또 지급지시전달사업만 가능한 신용카드사도 최근 종합지급결제사업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보험사는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빅테크업체의 보험시장 진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지급결제시장에서도 뒤처지게 되면 방카슈랑스제도 도입 초기 때처럼 향후 보험사가 이들에게 종속될 위험도 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보험사의 지급결제업무에 대해 금융당국은 매번 중장기계획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중장기계획으로 넘긴 이유도 매우 단순하다. 필요성은 공감하나 특정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규모면에서도 보험사보다 작은 핀테크업체까지 지급결제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대형 보험사만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시각은 이제 맞지 않는다. 

 

디지털 금융규제 완화 미흡…현실성 부족한 부문 개선 아쉬워

 

금융위원회는 최근 디지털금융협의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야에서는 보험설계사의 계약자 대면의무 완화, 모바일 보험상품 청약시 서명방식 간소화, 건강정보 활용 보험상품 개발 활성화 등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먼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설계사에게 한시적으로 녹취 등 비대면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상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설계사 개개인이 녹취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화를 통해 보험상품을 설명할 때는 보험업법상 표준상품설명 대본대로 해야 하는데 이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들고 있다.

 

현재 한시적으로 설계사가 비대면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가 전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보험사 콜센터 직원이 가입 권유 및 설명의무 이행(TM) 후 소비자가 모바일로 청약하는 형태(CM)에 대해서도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TM으로 청약까지 완료할 수 있는데 별도로 모바일청약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소비자가 TM상품이 아닌 CM상품으로 인식, 판매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민원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금융거래법상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보험청약 과정에서 설계사나 본사 직원의 개입이 있으면 안되는 것도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보다 혁신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을 판매채널에 도입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면 규제체계 원칙을 제시하고 감독당국은 원칙준수 여부에 감독의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판매채널을 규율하고 있는 규제는 유선전화로 보험을 판매하던 16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옷이다”며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이제 보험판매 역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옷(규제)을 만들어 입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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