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보험 여전한 재보험사 협의요율 의존도

지난해 재산종합보험 94.3%등 위험도 높거나 고액계약에 몰려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0/10/12 [00:00]

기업성보험 여전한 재보험사 협의요율 의존도

지난해 재산종합보험 94.3%등 위험도 높거나 고액계약에 몰려

이재호 기자 | 입력 : 2020/10/12 [00:00]

▲선박보험의 경우 원수보험료 뿐 아니라 계약건수 기준으로도 협의요율 사용 비중이 95%를 넘는다.  ©


[보험신보 이재호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기업성보험 협의요율 의존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거대 위험에 대한 자체 가격산출 능력을 갖추라고 제도 개선까지 했지만 수십 년간 재보험사가 매겨주는 가격에 순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물건일수록 협의요율을 사용한다. 사실상 위험도가 높은 물건을 자력으로 인수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및 보험개발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기업성보험(종합, 배상, 기술, 해상, 화재보험)의 원수보험료는 3조6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3조3678억원, 2017년 3조4898억원, 2018년 3조5318억원으로 매년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의 자체 인수능력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종목별로 협의요율 적용 계약비중을 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전년에 비해 늘었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위험도가 높거나 고액계약인 경우에는 참조요율이 아닌 협의요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기업보험인 재산종합보험을 보면 계약건수 기준으로는 참조요율 적용 계약비중이 55.3%, 협의요율은 44.7%가 된다. 그러나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보면 참조요율은 5.7%에 불과하며 협의요율은 94.3%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8년 6월 거대 위험에 대한 자체 가격산출 능력을 갖추라고 제도까지 개선했지만 직접 보험료를 산출할 능력을 키우기 보다는 오히려 재보험사에 더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손보사들의 과도한 재보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손해보험산업 혁신·발전방안(2단계)’를 발표했다.

 

재보험사의 협의요율 사용을 줄이기 위해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에 자체 할인할증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 비계량평가에 보험사의 위험평가·관리수준에 대한 평가목록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고위험 물건일수록 재보험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금액별 보험요율 비중을 보면 100억원 이하의 계약중 83.9%는 참조요율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에서는 14.1%로 급격히 줄어들고 20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 계약에서는 1.9%에 불과하다. 또 1000억원을 넘은 계약의 경우에는 참조요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다른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건설공사보험의 협의요율 비중도 건수로는 54%에서 46.8%로 줄었지만 보험료 기준으로는 85.1%에서 87.3%로 더 늘었다.

 

또 가입금액별 참조요율 적용 비중을 보면 1500억원 이하에서는 45.8%에 달하지만 5000억원 이하에서는 8.5%로 급격히 줄어들고 5000억원 초과 1조원 이하는 1.3%, 1조원 초과에서는 협의요율만 사용한다.

 

조립보험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건수기준으로 협의요율 비중은 4.6%에 불과하지만 보험료 기준으로 보면 92.2%에 달한다. 가입금액으로 봐도 50억원 미만 계약에서는 67.5%가 참조요율을 사용하지만 50억원을 넘으면 10~15%대이며 5000억원을 초과하면 협의요율만 적용한다.

 

뿐만 아니라 선박보험과 적하보험은 상품의 특성상 건수 및 보험료 기준 모두 협의요율 비중이 더 높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체 통계 부족으로 거대 위험에 대해 직접 보험료를 산출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보험사에서 제공하는 협의요율을 계속 사용하다보니 여기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새 국제회계기준,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협의요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자본확충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리스크를 분산이 필요하고 이러다보니 자체요율보다는 협의요율을 사용해 재보험 출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참조요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보사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향후에도 재보험 의존도가 획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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