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금융규제 샌드박스, 상상 그 이상이 된다

박재민 건국대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0/02/24 [00:00]

오피니언-금융규제 샌드박스, 상상 그 이상이 된다

박재민 건국대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 | 입력 : 2020/02/24 [00:00]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혁신 통로 넓혀라.’ 지난해 4월 이와 같은 제목의 희망 담긴 기고를 어느 일간지에 실었던 적이 있다.

 

4월1일은 4대 규제 샌드박스 분야 중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담당하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첫 회의를 개최한 날이었다.

 

 

시행 2년차 진입 규제 샌드박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규제 샌드박스’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생경하기도 했고 더욱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라면 일반인은 차치하고 웬만한 업계 종사자조차 생소했던 그런 상황이었다.

 

전문가들도 정작 금융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작동될지 자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아가 과연 금융산업처럼 가장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은 규제가 그물망 같은 산업 환경에서 활성화는 차치하고 하나의 제도로써 생존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금융산업의 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여지는 있었다. 여느 과도한 규제가 그렇듯 금융규제 역시 금융산업은 물론 연관산업에 불필요한 비용과 비효율로 발목 잡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이론적으로는 규제가 혁신의 촉매제가 되고 기업에 모티베이션이 되도록 설계되고 적용될 수는 있지만 금융산업이 그런가는 질문에는 대부분 전문가는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금융산업을 이만큼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작동하는데 이들 제도가 버팀목이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시행 1주년을 맞았다. 그렇다고 지난 4월에 처음 던진 많은 질문들이 옳다거나 혹은 그르다는 답을 내리기에는 이른 시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한번 점검 해본다면 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이 내미는 성적표는 고개 끄덕여 줄 만하다.

 

지난 1년 동안 77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그리고 이 중 27건이 이미 출시됐다. 지난해 4월1일 첫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19건을 우선심사 대상이라 부르는 후보사업을 선정한 것으로 시작했고 10개월 정도 기간 동안에 심사와 승인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보면 놀랄만한 성과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관심을 모았음은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수치를 봐도 보수적이고 폐쇄적 금융이 도전적이고 개방형으로 바뀔 때 기업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1300억원의 투자 유치됐고 310명을 고용했으며 한때 불모지였던 우리 핀테크 산업이 6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도 벌써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2015년 11월에 시행해서 현재까지 약 130건, 싱가포르 경우 2016년 6월 시작한 샌드박스 제도로 약 150건이 추진된 것과 비교하면 금융혁신, ICT 융합, 산업융합, 지역혁신 등 4대 규제 샌드박스 분야에서만 195건이 승인된 것 자체가 놀랍다.

 

금융·핀테크 분야에서 77건이란 성과만 보더라도 어느 만큼 우리 규제의 무게가 무거웠는지, 이것을 해소할 때 기업이 어떻게 호응하는 지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고 하겠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이 은행 업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South Korea is trying to make banking fun)’는 내용으로 특별 기고를 실었던 적이 있다. 이 기고문의 그래픽으로는 한국 기업이 만든 캐릭터들로 장식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다시 한 번 기고문을 기획한다면 즐거운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에게 편리한 결과물들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글로벌 기업에 단 몇 백원이나 몇 천원 같은 자투리 자금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고 한번 가입하면 여행을 나갈 때 개시했다가 돌아오면 종료하는 온/오프(On/Off) 여행자보험도 가능해졌다.

 

핀테크기업될때까지 지속 지원을

 

금융사와 통신사가 합작한 알뜰폰이나 통신사, 이커머스 사업자, 금융사, 소상공인이 이커머스 핀테크로 결합된 서비스는 금융과 통신이 융합될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가 무한함으로 보여줬다.

 

인공지능 기술이나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그야말로 ‘얼굴이 카드’가 될 예정이고 단지가 작아서 부동산 시세 평가에서 소외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거기다 이런 기업과 혁신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골라서 사용하고 소비자의 생각은 서비스에 반영돼 다시 혁신으로 되돌려 받는 선순환이 시작되고 이렇게 시작된 혁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행 2년차를 맞으며 정부에 바람도 있다. 기업과 산업에 성과를 미루지 말고 의지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부터 법령과 제도를 자문하고 핀테크 기술을 상담해 주는 역할을 정부에 기대한다. 지난 한 해 감독관이라는 익숙한 모습을 벗고 컨설턴트를 자임한 금융위원회와 여러 유관기관의 노력은 지켜보기에 놀라움과 함께 반길 만한 변화였다.

 

올해는 규제 자체를 정비하겠다는 의미도 누차 확인했다. 혁신기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사업자가 성장해 제대로 된 핀테크 기업이 될 때까지, 네트워크, 투자, 해외진출까지 생각한 스케일-업(Scale-up)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누군가가 쓸 기고문 제목으로 이런 것을 상상해 본다.

 

‘한국 핀테크, 무엇을 상상하던 상상 그 이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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