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이제는 풀어야 된다 '예금보험제도'

이제는 풀어야 된다…해묵은과제<2>
보험업계 지난해만 1조700억 납부 금융시장 성숙도등 구분해 보험료 차등화 마땅
지급여력비율·재무건정성제도 강화에도 예보료 과다 지출

정두영 기자 | 기사입력 2019/12/16 [00:00]

창간 33주년 특집-이제는 풀어야 된다 '예금보험제도'

이제는 풀어야 된다…해묵은과제<2>
보험업계 지난해만 1조700억 납부 금융시장 성숙도등 구분해 보험료 차등화 마땅
지급여력비율·재무건정성제도 강화에도 예보료 과다 지출

정두영 기자 | 입력 : 2019/12/16 [00:00]

▲ 보험업계는 산업 특성에 맞춰 예금보험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차등보험료율제도 개선을 위한 학계 토론회'     © 보험신보


[보험신보 정두영 기자] 우리나라 예금보험제도는 은행 중심의 국제 예보제도의 지침을 준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보험산업과 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보다는 단순히 은행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에 보험사를 편입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구조로 인해 이미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건전성 제도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예보료를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예보료 납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지속 건의해왔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보험료 산출 방식 개선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업계는 조금이나마 예보료 부담이 감소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예금보험제도 현황
전액보장제도 폐지 5000만원 한도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6월 예보제도를 도입했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금융자유화와 금융국제화 추진과정에서 금융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고 금융기관 파산 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1995년 12월29일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됐으며 1996년 6월1일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됐다.

 

정부는 예보제도의 정착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예금보험기능의 수행을 위해 1997년 12월31일자로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금융권별로 운영돼 온 예금보험기구를 1998년 4월1일을 기준으로 예금보험공사로 일원화했다.

 

하나의 기관이 모든 금융업권의 예보제도를 운영하는 통합형 예보제도가 구성된 것이다. 당시 예금자 1인당 보장한도는 2000만원이었고 이는 전체 은행 예금자의 97%를 보호할 수 있었던 금액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금융회사가 속출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뱅크런이 발생하자 당시 금융시장의 조기 안정을 위해 부분예금제도가 전액보장제도로 전환됐다.


이후 전액보장제도로 인해 도덕적 해이 문제가 야기되자 정부는 2001년 1월부터 이를 폐지하고 부분보장제도를 적용하는 대신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후 5000만원 한도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예보제도 문제점

 

우리나라 예보제도는 은행 중심의 국제예보제도의 영향을 받았다.

 

결국 보험산업과 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보다는 단순히 은행 중심으로 설계된 예보제도에 보험사를 편입시킨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는 이로 인해 과다하게 발생하는 예보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는 크게 ▲특별기여금 ▲고유계정 ▲저축은행 특별계정 등 3가지 방식으로 매년 예보료를 내왔다.

 

특별기여금은 금융회사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계정이다. 전 업권 보험요율이 0.1%로 같다. 고유계정과 특별계정을 합한 예보요율은 업권별로 은행 0.08%, 보험사 0.15%, 저축은행 0.40%다.


특별계정은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쓰였던 비용을 전 업권이 나눠 갚는 계정이다.


업권별로 예보요율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보다 재무건전성이 크게 좋아진 저축은행 업계는 은행보다 5배 많은 요율이 과도하다고 주장해 왔다.

 

저금리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으로 이중고를 안고 있는 보험업계는 더 절박하다.

 

IFRS17 도입으로 부채를 시가평가하면 책임준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재무건전성은 좋아지는데 예보료는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행 ‘목표기금제’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목표기금제는 미리 정한 예보 적립금 목표에 도달하면 예보료를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정액제’가 아니라 ‘정률제’다.


적립금이 전년대비 일정 비율에 도달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데 특히, 생보업계는 장기보험 특성상 책임준비금이 계속 불어나 목표금액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예보료 감면을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보험업계는 차등보험료율제도 자체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금리리스크는 금리변동 때 부채가치의 증가분이 자산가치의 증가분을 초과해 손실이 발생할 위험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위험은 위기대응능력 항목의 지급여력비율(RBC) 산출 때 책임준비금에 이미 반영되므로 금리리스크를 별도로 평가하면 중복 계상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사업비율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손실회복능력에 대한 평가지표로서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또 RBC는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이 권장하는 기준 이상이면 보험사간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높을 경우가 문제일 수 있는데 예보제도는 단순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차등보험료율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개선 건의

 

업계는 예보제도의 운영 취지는 좋지만 매년 납부하는 예보료 규모가 너무 커 부담이라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이같은 목소리는 금융당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업계는 지난해 1조700억원의 예보료를 납부했다.

 

업계는 올해도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예보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가 7월 금융당국, 금융권 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예보료 산정시 보험약관대출을 책임준비금 항목에서 빼도록 하는 업계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예보료 부과기준을 기말 잔액에서 연평균 잔액으로 변경 등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개선방안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부분이라도 우선 제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보험사는 이미 지급여력비율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고 재무 건전성제도가 강화되고 있어 예보료를 과다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보험 계약자보호제도의 마련 여부 및 운영구조, 보험료 수준 등은 금융시장의 성숙도와 감독체계의 수준에 따라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합형 예보제도 하에서는 보험에 부합하는 보호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 교수는 “예보제도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전문가에 의해 공정보험요율이 산출되도록 하고 그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또 책임보험금이 아닌 수입보험료 중심으로 보험료가 산출돼야 하며 보험사의 직접적인 보상책임이 없는 재보험 및 사업비 등은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원칙적으로는 특별계정 보험료의 납부는 중단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2026년까지는 납부하기로 동의한 만큼 당분간 유지하되 금융업권 간 특별계정 요율을 통일해야 한다”며 “오는 2026년 이후 특별계정에 남아 있는 기금과 저축은행 부실에 사용된 자금은 타 금융기관에 반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국가의 소비자 보호제도
생보 별도기구 가동하거나 사후적립방식으로 운영

 

◆일본=일본은 1996년 4월 생명보험계약자보호기구를 설립했다. 국내와 달리 생명보험을 위한 별도의 예보제도와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보에 사전적립방식의 예보제도를 운영해 온 국가다.


정률방식의 목표기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예보제도와 달리 일본은 4000억엔이라는 정액의 목표기금을 설정해두고 있다.


4000억엔은 ‘평균적인 규모의 복수 보험사가 동시에 파산’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기금규모며 이 한도를 달성하면 보험사는 더 이상 예보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또 보험사의 경영부담을 고려해 연간 예금보험료도 330억엔의 한도가 설정돼 있다.

 

◆영국=영국은 2001년 12월 금융권을 통합해 감독하는 금융서비스시장법이 발효되면서 통합감독기구(FSA)와 통합예금자보호제도(FSCS)가 출범함에 따라 기존 6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던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FSCS로 단일화됐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함께 통합형 예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영국은 FSCS를 한국과 달리 사전적립방식이 아닌 사후적립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전적립방식은 향후에 부실 금융기관의 발생에 대비해 충분한 기금을 미리 적립해 두는 것인 반면 사후갹출방식은 부실금융기관이 발생한 후 필요한 자금을 해당 산업의 금융기관들이 갹출해 부실 금융기관과 소비자를 지원하는 형태다.

 

◆미국=미국의 보험계약자 보호기구는 연방정부인 FDIC에서 관장하는 은행과 달리 주별로 보험보증기구(Insurance Guaranty Association)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은행은 타 금융업권에 비해 파산·시스템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예보제도를 관할하는 반면 보험사는 주정부에서 관할한다.

 

또 일본처럼 보험을 위한 별도의 예금보험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보장한도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의 특성을 반영해 상품별로 차등하고 있다.

 

상품별로 정액의 보장한도를 두고 있는데 주별로 운영방식과 보장한도가 상이하다.

 

뉴욕주를 예로 들면 사망급부금은 30만달러, 일반 건강보험은 10만달러, 장기요양보험 및 장애소득보상보험은 50만달러로 차등화하고 있다.

 

정두영 기자 jdy089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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